모던 해석이 흉내낼 수 없는 동독 관현악의 품격,

지난 2013년 10월 30일 드레스덴필하모닉과의 지휘에서 젊은 미하엘 잔데를링이 보여준 훤칠한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의 신선한 해석은 아직도 기억에 신선하게 남아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더불어 음악의 고도 드레스덴이 자랑하는 명문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2년 만의 세 번째 내한공연(2013 미하엘 잔데를링 & 율리아 피셔, 2008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 & 미샤 마이스키)이 다가왔다.

▲ 대장정의 행장을 다시 꾸리는 백건우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시리즈가 드레스덴필하모닉 연주와 어떻게 어울리지 관심거리다. (사진: 빈체로)

백하고 고풍스러운 동독 특유의 색조로 유명한 드레스덴 필하모닉은 명장 쿠르트 잔데를링의 아들 미하엘 잔데를링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새로운 부흥기를 맡고 있다. 독일 관현악의 권위있는 해석과 절도를 계승하는 미하엘 잔데를링의 날카로운 감각, 유럽에서도 무한한 사랑을 받는 드레스덴 필 특유의 동독 사운드를 만끽할 기회로 메인 레퍼토리 역시 브람스 교향곡 1번과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짜여졌다.

협연에는 2000년대 중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회로 한국 클래식사에 큰 획을 그은 백건우가 베토벤 명작의 또 다른 보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3,4번)을 이틀에 걸쳐 탐험한다. 산처럼 깊은 눈빛, 끊고 맺음이 분명한 사려 깊은 말투, 감정표현을 절제하면서도 자기고집이 뚜렷이 감지되는 백건우의 풍모와 가장 어울리는 작곡가가 베토벤이다. 2015년 6월, 백건우는 야심이나 완벽함 따위의 부질없는 수사를 제쳐놓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4번으로 ‘건반 위의 구도자’적 수행을 이어간다.

드레스덴 필하모닉은 1870년 설립 이래 게베르베하우잘(Gewerbehaussaal) 공연을 통해 드레스덴 클래식 문화를 살찌워왔다. 시영 오케스트라로서 다양한 관객을 수용하는 의무에 따라 고전-낭만주의 뿐 아니라 현대 작품도 공연에 자주 오른다. 최근에는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로디온 셰드린, 기야 칸첼리, 마이클 니만의 위촉곡을 연주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기원은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궁정의 지원에 따라 도시 음악 문화의 진흥을 위한 악단이 얼개를 갖췄고 1870년 게베르베하우잘 준공과 함께 악단은 요즘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됐다. 1915년 공식적으로 악단 명칭을 지금처럼 개명했다 1세기를 넘는 역사 속에서 항상 뛰어난 지휘자를 보유했다. 니키슈, 아벤트로트, 요훔, 카일베르트, 크나퍼츠부쉬, 콘비츠니가 2차대전을 시작으로 동독 시절 내내 악단의 영욕을 함께 했고 통독 이후 마주어, 플라송, 야노프스키, 프뤼벡 데 부르고스가 수석 지휘자를 역임하면서 냉전시대 이후 간직해온 때 묻지 않은 동독 사운드를 재생하면서 군웅할거의 독일 오케스트라 시장에서도 독특한 위상을 점유해왔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