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희 송파구청장

▲ 박춘희 송파구청장

버스정류장 두 줄 책장, 공원 속 책장, 피서지 문고, 책 읽는 택시, 책 읽는 송파 어플리케이션, 휴(休) 도서관, 북 콘서트, 도서관 상호 대차서비스, 독서토론 어울마당, 도서 기부, 독서자원활동가 배출, 북 페스티벌, 독서 릴레이, 독서 골든벨, 다독왕 선발대회, 인문학 특강….
최근 송파구가 ‘책 읽는 송파’로의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송파구의 독서진흥 사업을 보면 ‘책’이라는 소재 하나를 통해 이렇게 많은 인프라와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독서의 계절, 친환경 도시 송파가 책 읽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어디서든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독서 인프라 조성… 牛步千里

박춘희 송파구청장(59)은 지난해 구정의 큰 물줄기 중의 하나로 Gracious 송파를 제시했다. 사전적으로는 우아하다는 뜻이기도 한데, 사실 박 구청장의 속내는 그보다 깊다.
“이제 우리 송파는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라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요. 또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준공이 되고 나면 그동안의 베드타운의 이미지에서 살아 숨 쉬는 국제적인 관광도시의 분위기가 연출되겠죠.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발전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도 물질문명의 급격한 발전을 정신문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지역 사회부터 성숙하고 풍요로운 도시가 되어야 하겠다.’, ‘주민들의 내면이 품격 있고, 우아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구정에 녹아냈죠.”
주민들과 함께 우아한 도시를 만들어보자는 박구청장의 초점은 곧 ‘책 읽는 송파’ 사업으로 귀결됐다.
검색만 있고 사색이 없는 사회, 성숙한 인격과 정서를 함양하기 위해 독서만큼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꽂혔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만큼 민선 5기 후반부 송파의 브랜드 정책은 ‘책 읽는 송파’로 귀결되고 있다.
“아무래도 인프라를 무시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큰 예산이 들어가는 도서관 신축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죠. 재정 상황도 고려해야 했고요. 그래서 작은 도서관, 또 우리가 매일 지나가는 곳곳에 작은 책장을 비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송파구는 매년 약 30만여 명의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성내천 물놀이장에 피서지 문고를 열었다. 주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어른들은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는데서 착안한 것이다.
또 아이들도 물놀이를 즐기는 중간에 나와서 휴식을 취하며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어 반응이 뜨거웠다.
버스정류장 두 줄 책장과 공원 속 책장도 송파구의 사업 의지를 반영하는 아이디어성 사업이다.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공중전화부스를 작은 책장으로 개조해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에 비치했다. 주로 시집 등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들로 책장을 채워 넣었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양심껏 대출해 갈 수 있게 했다.
공원 속 책장 역시 석촌호수를 찾는 주민들에게 또 다른 정서적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많다.
기존의 도서관 인프라를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도 보완했다. 특히 송파구 스마트폰 동아리 ‘두루누리’의 야심작, ‘책 읽는 송파’ 어플리케이션이 눈에 띈다.
순수 공무원들의 힘으로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만든 이 어플리케이션은 도서관의 도서 대출 정보, 열람석 좌석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각 구립 도서관별로 상이한 소장도서를 하나로 묶어주는 ‘책솔이’서비스도 10월 중 오픈할 계획이다.
‘책솔이’란 구민이 원하는 책이 도서관에 없을 경우, 연계 도서관에서 그 책을 운반해 구민들이 책을 손쉽게 대출·반납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송파구는 9월부터 이들 도서관 사이에 상호대차 서비스와 송파 통합도서관 홈페이지와의 연동 시스템을 구축했고, 사서와 운전직원 2인으로 구성된 상호대차 전담반도 구성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신청도서가 도서관에 도착하면 도착 알림 문자(SMS)가 이용자에게 전송되고, 도서관 홈페이지에서도 처리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장지동에 들어설 공공도서관 건립도 내년 중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 책읽는 택시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춘희 송파구청장
집, 학교, 구청, 심지어 택시에서도
책으로 놀고 책으로 통하다.

그렇다고 인프라 조성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사회에 독서 붐을 일으키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무려 10여 가지. 장소도, 대상도 제각각이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지난 9월 20일 발대식을 가진 ‘책 읽는 택시’다.
“보통 택시를 타면 원치 않아도 뉴스나 음악이나 교통정보가 나오는 라디오가 들리잖아요. 그런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책을 읽고 또 들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EBS와 숭실대가 이런 뜻에 함께 해줬고요. 그래서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104.5Mhz)를 틀고 운행하는 책 읽는 택시를 저희 송파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하게 됐습니다.”
송파구의 ‘책 읽는 택시’사업에 참여한 택시는 50대. 모두 ‘책 읽는 택시’라는 문구를 래핑하고 서울시내 곳곳을 운행중이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더 많은 택시 회사가 동참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을을 맞아 송파의 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졌다. 지난 9월 7일에는 영파여자고등학교에서 독서토론 어울마당을 개최했다.
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초·중·고등학생 400여명이 참석해 독서토론 논술대회와 독서감상문 낭독의 시간을 가졌다.
13일에는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씨를 초청 강연회를 열고 ‘자연과 나의 시,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을 주제로 송파구민들과 문학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14일 EBS와 함께하는 북콘서트도 열렸다. 탤런트 강성연 씨의 사회로 진행된 북콘서트에서는 시·문학 낭송, 연주낭독, 초청가수 공연 등의 알찬 행사들이 펼쳐졌다. 유명시인 신달자 씨가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한편 송파구청 1층 로비에는 9월 한 달간 간이 도서관이 설치됐다.
‘이야기가 있는 휴(休) 도서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선 그림책, 에세이, 문학 등 30여종 300여권의 책들이 전시됐다. 또한 평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시, 소설 등 100여권의 책이 비치된 책수레를 운영하기도 했다. 주위에는 다수의 벤치가 준비돼 민원인들이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게 꾸몄다.
10월에도 쉴 틈이 없다. 10월 11일에는 구청 대강당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골든벨 행사를 갖는다. 과거 송파 지역에서 고대문화의 꽃을 피운 한성백제 관련 도서로 문제를 출제한 후 최종 생존자를 가린다.
10월 말에는 다독왕 선발대회가 열린다. 지역내 구립도서관에서 10월 20일까지 약 2달간 가장 많이 책을 대출한 구민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정도면 도서의 물결에 도시가 물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경영대상 문화진흥부문 대상 수상
주민반응도 좋아… 이젠 ‘책 읽는 송파’

‘책 읽는 송파’사업에 대한 대내외의 평가도 기대이상이다. 지난 9월 11일 송파구는 대대적인 독서문화 진흥 사업을 통해 헤럴드경제와 한국소비자경영평가원이 평가하는 문화경영대상 문화진흥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휴머니즘과 창의성의 보고로 여겨지는 착한 문화경영의 가장 윗줄에 서울 자치구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주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평소 주민들과의 소통을 즐기는 박 구청장이기에 느끼는 피드백의 감도는 남다를 것.
박 구청장은 “독서야 말로 발 빠른 경쟁의 시대에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고, 사람의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사업이기에 도심의 현대인들에게 영향력이 크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예전에는 ‘먼지 없는 송파’라는 구호가 송파를 상징했다면, 요사이는 ‘책 읽는 송파’라고 너스레를 떠는 주민도 있을 정도.”라고 송파에 가득한 독서의 향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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