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노나라에 높은 벼슬을 하는 맹손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맹손은 워낙 사냥 솜씨가 뛰어난데다가 사냥을 몹시 즐겼으므로 틈만 나면 활을 메고 말을 몰아 산으로 나서곤 했습니다.
그날도 맹손은 자신이 부리던 진서파와 함께 사냥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도지 않아서 새끼 사슴 한 마리를 사로잡았습니다. 맹손은 사로잡은 사슴을 보고 아주 흡족해 하였습니다. 그 여세를 몰아 더 그럴 듯한 놈들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맹손은 진서파에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이 사슴을 잘 가지고 집으로 먼저 가 있게나. 아무래도 오늘은 운이 좋을 것 같으니 나는 좀 더 다녀 보아야 하겠네.”
그러면서 자기의 아들이 아주 좋아할 거라고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짐승을 사로잡기란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니 얼마나 즐거웠겠습니다.
어쨌든 진서파는 새끼 사슴을 조심스럽게 안고 산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쯤엔가부터 어미 사슴 한 마리가 슬피울며 진서파의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워낙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 그 광경을 보고 못 본 체 그냥 발걸음을 떼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서파는 뒷일이야 어찌되든 새끼 사슴을 어미 사슴 앞에 놓아 주고는 맹손의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초조한 마음으로 맹손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 맹손이 들어오자 즉시 엎드려 용서를 빌었습니다.
“어르신,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진서파는 자기가 새끼 사슴을 놓아주게 된 경위를 이야기하며 맹손의 이해를 구했지만 맹손은 노발대발하였습니다.
“아니, 뭐라고! 내가 애써 잡은 사슴을 자네 마음대로 놔주다니......그래 놓고 용서해 달라고? 에이, 이런 괘씸한 일이 있나?” 그리고는 그길로 진서파를 쫓아냈습니다.

진서파는 할 수 없이 고향집에 돌아와 쓸쓸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맹손이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진서파에게 자신의 아들을 맡기겠다며 다시 들어오라는 전갈이었습니다. 진서파는 예전에 맹손이 자신을 내친 것에 대한 노여움 같은 것은 전혀 없이 기쁜 마음으로 짐을 꾸려 맹손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지난 일을 모두 잊고 우리 집에서 내 아들 녀석을 좀 돌보아주게나.”
“예. 어르신. 말씀대로 따르겠나이다.”
진서파는 그 날부터 다시 맹손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맹손의 친구들이 맹손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석 달 전에 진서파를 죄인 다루듯 내�더니 어찌 된 일인가? 아들의 장래를 맡기는 중요한 일로 집에 다시 들이다니......그 까닭을 도무지 모르겠구먼.”
이 물음에 맹손은 차근차근 그 까닭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 내가 물론 진서파를 내치긴 했지. 하지만 그 일이 있은 뒤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 진서파처럼 인정 많고 훌륭한 사람도 드물다는 생각에 미쳤지. 사슴의 어미와 새끼를 불쌍히 여겨 인정을 베푸는 사람이니, 내 아들을 맡긴다면 그보다 더 깊은 애정을 가지고 돌볼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진서파를 다시 부른 것일세.”
친구들은 맹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진서파의 훌륭함 못지않은 맹손의 도량과 결단에 진정한 찬사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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