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근 보건신문 주간결핵, A형 간염, 볼거리(유행성이하선염) 등 이른바 ‘후진국형 질병’이 1980년대 이후 급격히 줄었으나 2000년대 후반 이후 최근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공중위생상태가 좋지 않고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질병이 유행했다고 하나 최근에는 이미 국내에서 사라진 병으로 여기고 대비하지 않아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결핵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33만명(남성 18만6000명, 여성 14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당 결핵 환자의 경우 남성 환자가 772명으로 여성(588명)에 비해 현저히 많았다.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9년 결핵환자는 3만5845명으로 4만5925명을 기록한 1993년 이후 가장 많았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감염되는 A형 간염환자도 2001년 105명에 불과했으나 2005년 798명, 2007년 2233명, 2009년 1만4634명으로 10년 새 무려 150배나 증가했다. 볼거리환자도 2000년대 초반까지 1000명대를 유지했으나 2006년 이후 매년 약 2000명씩 증가해 2009년 6399명으로 198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960~1970년대 TV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머릿니에 시달리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유아원과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머릿니 감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감염 비율도 4.1%에 달했다.의료계는 결핵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1990년대 들어 환자가 급속도로 줄자 정부 차원의 예방대책이 소홀해졌으며, 국민들도 덩달아 예방접종을 게을리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 중 3분의 1이 결핵균을 지니고 있는 만큼 예방치료가 필수적이라며, 신생아는 출생 후 4주 내로 백신을 접종하고 고령환자나 장기이식 수술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꼭 예방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또 A형 간염환자의 경우 40~50대는 어릴 때 감염돼 체내에 항체가 생성됐지만, 20~30대는 항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A형 간염 바이러스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어패류 등은 익혀 먹고 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체내에 들어가지 않도록 손을 자주 씻는 등 예방활동을 통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볼거리는 공기 중의 타액 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단체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주의해야 한다.이처럼 최근 후진국형 질병이 다시 급증하는 것은 공동체 생활이 늘어나고 해외여행 등 공간 이동이 많아진 점도 한 원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미 사라진 질병이라 여기고 예방접종 및 질병대처에 신경을 덜 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의학 발달로 이들 질병은 치료효과가 높지만 자칫 합병증이 유발되거나 허약자들에게는 치명적일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얼마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몸속에서 6.5cm 길이의 한방 침이 발견되고, 임산부를중심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확인된 폐렴(간질성 폐질환)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견되면서 가뜩이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우리 보건당국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공중보건위생을 철저히 하고 예방접종사업을 강화하는 등 보건당국 차원의 보다 세심한 관심과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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