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후에 더 빛나는 애기애타(愛己愛他) 리더십 전파

뜻 맞는 사람들과 안창호선생 소재의 블록버스터 영화 만들고 싶어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요.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는 문자 그대로 안창호 선생의 탄신일과 제사, 기념관 운영, 도산 전집 발간, 동상 제작 등 도산을 기리고 기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념사업회 산하에 도산학회와 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흥사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이자 리더 양성 기관으로 산하에 도산 아카데미를 두고 있지요. 도산 아카데미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즉 안창호 선생 관련 사업은 크게 기념사업회, 도산학회, 흥사단, 도산 아카데미로 나눌 수 있는데, 저희 기념사업회가 일종의 큰 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흥사단의 이사장과 도산 아카데미 원장이 모두 기념사업회의 이사로 참여해 이런저런 큰일을 저희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도산기념사업회 일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80년대 중반 제가 지구당 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 저와 함께 제13대 국회의원을 지내신 강영훈 전 총리께서 당시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계셨습니다. 강 전 총리님의 추천으로 기념사업회 이사회에 입회했고,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아서 모금 운동을 하고 기념관을 짓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기념사업회와의 인연이 점점 깊어지면서 이사, 교육 위원장, 부회장을 거쳐 작년부터 회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곳에 본격적으로 관여한 세월은 20년쯤 되는 셈이지요.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은 유명한데, 안창호 선생을 소재로 한 영화나 뮤지컬, 연극은 드문 것 같습니다.

<도산의 나라>라는 오페라가 2년 전 흥사단 100주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보완해서 광복70주년기념 오페라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KBS홀에서 다시 올릴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보다 대중적인 매체가 없는 건 사실이지요. 제가 얼마 전에 영화 <암살>을 봤는데, 뜻있는 분들이 도산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만 관심 있는 여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만약 도산에 관한 영화가 제작된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흥미는 물론이고 깊이 있는 울림까지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도산선생의 친필유물 '애기애타'

흔히 도산 안창호 선생을 '겨레의 선생'이라고 일컫습니다.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안창호 선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창호 선생께서는 독립운동가일뿐만 아니라 인재양성을 강조하신 교육자이십니다. 제가 보기에는 당대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더십 이론에 정통하셨고 리더를 양성하는 단체인 흥사단을 이미 100년 전에 만드셨습니다. 이때 선생께서는 무실역행(務實力行 : 참되고 성실하게 힘써 행함), 정의돈수(情誼惇修 : 서로 사랑하기 공부), 주인의식(主人意識) 등을 설파하시고 실천에 옮기셨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선생의 말씀 중에 최상위 개념은 바로 애기애타(愛己愛他 :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함)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친필유물인 애기애타는 선생께서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LA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중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흥사단은 지난 백 년 동안 무실역행을 기치로 내세웠는데 앞으로의 100년은 애기애타 정신으로 꾸려가겠다고 하더군요. 보통 어떠한 사상을 정립할 순 있어도 실천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도산께서는 자신의 사상을 올바로 세우고 가장 충실하게 실천하신 분입니다. 즉, 안창호 선생은 리더십 이론, 훈련, 실천 이렇게 3가지를 동시에 추구한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서상목 회장이 호주 시드니 한국가든조성 예정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념사업회를 이끌어 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제가 교육위원장을 맡아 도산 전집을 발간한 후, 도산의 정신과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보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도산의 사상을 애기애타(愛己愛他)로 정리해 <도산 안창호의 애기애타 리더십, 사랑 그리고 나눔>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지요. 뿐만 아니라 도산의 사상을 12주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5,6년 전부터 강남의 학교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부터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학생들이 입시교육으로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 않습니까. 이를 위해 저희는 ‘애기애타 리더십 인성교육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고, 곧 2기를 모집해 훈련시킬 예정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인성교육뿐 아니라 물질주의의 팽배로 인해 극심한 이기심에 휩싸인 현대인들에 대한 시민교육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새마을 정신을 다른 나라에 심어주고 있듯이 애기애타 정신도 수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얼마 전에 미국 밀워키에 위치한 ‘그린리프 서번트 리더십(Greenleaf Servant Leadership)'연구소에 가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산의 애기애타 사상과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봉사 리더십)이 일맥상통하더군요. 하지만 서번트 리더십은 '로버트 K. 그린리프'가 1970년대에 주창한 것이고, 애기애타는 이미 1910년대에 도산 선생께서 말씀하신 이론 아닙니까. 제 강연을 들은 외국인들이 어떻게 그 시절에 이런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느냐고 하면서 놀라워했고 제 책을 영어로 번역해달라는 부탁을 해서 영어본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에 호주 교민회에서 주최한 한호 정치경제포럼에 다녀왔는데 현지에서 호주 도산기념회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호주 현지 교포들에게도 애기애타를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도 존경심을 표하는 도산 선생의 이론과 사상은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시대가 안창호 선생으로부터 진정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무실역행(務實力行)입니다. 진실 되고 거짓 없이 행함은 곧 진정성 리더십이지요. 예전에는 카리스마 리더십이 인정받았지만 최근에는 서번트 리더십과 같은 맥락을 이루는 진정성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인뿐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도 해당되겠지요. 두 번째는 주인의식(主人意識)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모든 조직을 작은 부분으로 잘게 나누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자의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미 100년 전의 이론이 현재의 경영에서도 응용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마지막 세 번째는 애기애타(愛己愛他), 즉 사랑의 리더십입니다. 다른 경쟁사들이 적자를 기록할 때 꾸준히 흑자를 낸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모토 역시 ‘Lead With Love'였습니다. 상사가 부하를 사랑하고 부하가 회사를 사랑하며, 모든 직원들이 고객을 사랑한다면 그 회사는 성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리더십과 서양의 리더십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서양의 리더십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1930년대에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가 내놓은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입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 목록에 올라있지만 명백한 처세술입니다. 즉 서양의 리더십은 처세술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70년대에 와서야 서번트 리더십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도산 선생의 리더십은 애초에 사람의 품성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자면, 그 시대만 하더라도 지도자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도산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지도자가 없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너 자신을 바꿔라.” 즉 지도자가 되려면 애기애타(愛己愛他)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애기(愛己),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갈고 닦고 바꿔야 하며, 그 후에 애타(愛他), 자신처럼 남들을 사랑하고 양육해야한다고 설파하셨습니다. 시대를 굉장히 앞서가셨지요. 이러한 도산의 사상은 현재의 리더십은 물론 경영에서도 유효합니다. 폭스바겐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윤리경영, 더 나아가서는 애기애타 경영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요즘 세상에 애기애타는 정말이지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 서상목 회장이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궐기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회장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40년간 경제와 정치를 절반씩 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겠다 싶어서 웰페어노믹스(Welfarenomics)라는 복지와 경제의 합성어를 만들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복지국가, 즉 경제와 복지를 융합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지요. 이를 위해 ‘지속가능경영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지속가능경영재단은 새로운 시대환경에 부응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합니다. 첫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관련된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을 육성함은 물론, 관심 있는 기업들에게 CSR경영자문 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이미지가 개선됨은 물론, 중장기적 차원에서 기업의 수익성도 강화됨으로써 CSR 활동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의 CSR 활동이 활성화되면,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사회부문 전체의 효율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의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사회부문에서 기업가정신에 바탕을 둔 혁신활동을 촉진하는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겠습니다. 또한 사회적기업의 지원 및 육성에 이어, 사회금융제도를 활성화하고 복지경영 관행을 정착시키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과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사회 혁신까지도 추구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부분이 혁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복지의 예를 들자면,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복지를 공짜로 나눠주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는 정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야 하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삼성에서 매년 새로운 버전의 스마트폰이 출시되듯이 복지도 매년 새로운 버전이 나와야합니다. 그리고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로 논란이 많은데, 이분법적인 논리보다는 상황에 따른 효율성을 추구하는 혁신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노동개혁과 금융개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1세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IT와 금융 강국으로 도약해야합니다. 우리는 IT 강국이지만 금융은 후진국입니다. 은행이 고급 전당포로 전락했으니 심각한 상황이지요. 정부가 나서서 얼른 개혁해야만 합니다. 교육 개혁도 시급합니다. 사교육으로 인해 오히려 청소년들의 창의력이 떨어지고 있고 그들의 건강과 가정 경제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학력은 높아졌는데 공부에 대한 애정도는 매우 낮습니다. 이러다가는 교육이 망국병이 될 지경입니다. 우리는 위기 때마다 어려운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저력 있는 나라입니다. 정부가 강한 개혁의지로 4대 개혁에 임한다면 지금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얼마 전 롯데그룹사태를 보고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재벌도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기업가 역시 지위가 높아질수록 사회적 책임을 져야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다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룰 수 없겠지요. 어떻게 보면 기업 CEO가 장관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기업과 기업가들이 먼저 자성해야 하고, 뿌리 깊은 세습문화도 심각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데일리경제 비전선포식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는 서상목 회장

얼마 전에는 데일리 경제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때마침 좋은 제안을 받아서 수락했습니다. 데일리 경제를 통해서 제가 추진하는 지속가능경영과 웰페어노믹스, 애기애타 정신을 적극 전파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고 사회금융시장을 활성화해 사회복지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옹호자 및 후원자 역할도 담당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도산안창호기념관을 증축할 계획입니다. 처음 이 기념관을 건축할 때는 지상 1층 이상으로 올릴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상당히 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현재 증축 사업을 매우 긍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증축이 된 후에는 평생교육원을 통해 교육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쏟을 것입니다. ‘논어와 인성교육’ 등 인성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도입해 인성교육의 산실로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학생 뿐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마련할 것이니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한 영화 <암살>에 버금가는 도산 소재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이고, 조만간 ‘애기애타 경영’에 관한 책을 펴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