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섬세함과 사려깊음으로 전체를 장악하듯 몸짓과 타건 하나하나가 예술 조형”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결선 장면과 KBS1의 슈퍼클래식을 통해 지난 11월 8일 일요일 오후에 방영된 조성진 갈라콘서트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 여성적 섬세함과 사려깊음으로 전체를 장악하듯 몸짓과 타건 하나하나가 예술 조형임을 보여준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사진: 스톰프뮤직)

이는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로 꼽히는 조성진의 쾌거를 TV 녹화만이라도 직접 보고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전대회인 제16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율리아나 아브제예바의 서울 콘서트를 목전에 앞두고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어떻게 다를까를 관찰하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11월 8일 오후 5시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은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피아노 리사이틀은 이런 국내의 조성진 신드롬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브제예바만의 확신에 찬 연주와 열정적이면서도 선명도를 잃지않는 차별화된 음색의 개성을 보여주는 피아노 리사이틀로서 손색없었다.

3년전 2012년 가을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의 내한공연때 조성진이 보였던 모습과는 확실히 타건의 파워와 성숙이 느껴지는 무대를 조성진은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무대를 통해 보였다. 자신이 표현한 대로 쇼팽음악의 우아함, 드라마틱, 시적임, 노스탤지어적 요소가 가미된 연주였다.

이와 달리 아브제예바는 쇼팽의 모든 작품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환상곡f단조, Op.49'를 통해 여성적 섬세함과 사려깊음으로 전체를 장악하듯 몸짓과 타건 하나하나가 예술 조형을 만드는 듯 했다. 이런 아브제예바에 대한 관객의 느낌은 쇼팽이 남긴 폴로네이즈중에 가장 걸작으로 알려진 1부 끝곡 ‘폴로네이즈 5번 f# 단조, Op.44'에 이르기까지 계속됐을 것이다.

조성진의 쇼팽콩쿠르 열풍 때문이었는지 아브제예바가 2부에 연주한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은 이 곡이 프로코피에프의 모든 소나타중에서 가장 풍요롭고 대단히 복잡하고 심오하며 대조가 강한 생명력을 지닌 작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 아브제예바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과 쿵쿵 내려찍는 듯한 타건의 음악이 둔해지는 느낌으로 전반부에 비해선 다소 인상적이지 못했던 듯 하다.

올해 제 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조성진은 마에스트로 Jacek Kaspszyk의 열정적 지휘에 힘입어 바르샤바필과 비루투오소적 독주자의 화려한 기교를 마음껏 펼치는데 거칠 것 없어 우승 보너스로 주어지는 아쉬케나지 및 필하모니아와의 런던 무대와 파리로 이어지는 연주투어의 일거수일투족이 현지 청중과 국내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지 가디언등 언론은 조성진의 테크닉은 의심의 여지없이 높게 평가한 반면 신선미가 떨어져보였다는등 단점도 지적했고, 아쉬케나지의 지휘하의 필하모니아 지원이 좀 아쉬워, 발전의 여지가 있다고도 평가했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의 각기 개성있는 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비교해볼 흥미로운 지난 주말이었다.

저작권자 © 컨슈머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