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자라 오랫동안 남의 식당 허드렛일을 거들며 요리를 배운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얼마 후 독립하여 작은 포장마차를 시작하였다.
그 포장마차는 규모도 작은데다 후미진 곳에 있어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젊은이가 버는 돈으로는 아내와 어린 자식의 끼니도 제때 해결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언젠가는 꼭 성공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포장마차 문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장마차에 허름한 복장의 사내가 찾아와 따뜻한 국수를 주문하였다. 젊은이는 손님의 모습이 딱해보여 다른 때보다 국수를 듬뿍 말아 손님에게 내놓았고, 손님은 아끼고 아끼며 천천히 국수 한 그릇을 다 비웠다.
“한 그릇 더 드릴까요?”
젊은이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준 손님이 고마워 그렇게 물었지만 손님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참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내 생전 이렇게 맛있는 국수는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국수를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은 진심으로 잘 먹었다는 말을 하고는 주머니에서 동전까지 톡톡 털어 국수 값을 셈하고 가버렸다.
그 후로도 그 손님은 여전히 허름한 차림으로 포장마차를 자주 찾아와 국수를 주문하였으며, 젊은이도 그 손님에겐 늘 푸짐한 국수를 내놓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젊은이는 국수 가게를 차릴 정도가 되었고, 가난한 단골손님도 꾸준히 그 가게에 들러 국수를 먹고 가곤 했다.
젊은이의 국수 가게가 사람들에게 알려질 즈음 국수 가게에 가난한 단골손님이 다시 찾아왔다. 젊은이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정성스럽게 국수를 말아 내놓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젊은이는 이제 허물없는 사이가 된 가난한 단골손님에게 물었다.
“이 맛있는 국수도 이젠 더 맛볼 수 없겠네요. 아내가 아파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으니, 언제 다시 이 맛있는 국수를 맛볼 수 있을는지…….”
단골손님은 끝가지 말도 못 잇고 눈물을 글썽이며 천천히 국수만 먹었고, 젊은이도 그저 옆에서 손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 그 젊은이의 국수 가게는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국수집이 되었고, 이제 백발이 되어버린 젊은이는 가게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소일을 하며 보냈다.
자식들이 물려받은 국수 가게는 번창하고 번창하여, 몇 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식당으로 쓰는데도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 한구석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참으세요, 아버지!”
국수를 먹던 부자가 갑자기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었다.
“이건 이 집 국수가 아니야. 이 집 주인 불러봐!”
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인이 고함을 치며 국수집 주인을 찾자 젊은 주인이 얼른 다가가 노인에게 물었다.
“아니 손님, 무슨 일이시죠?”
그 물음에 답을 한 사람은 노인의 아들이었다.
“저희 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십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꼭 이 집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하시기에 모셔왔는데 예전의 그 맛이 아니라고 하시네요. 죄송합니다. 곧 아버지를 모시고 나가겠습니다.”
노인의 아들이 노인을 부축하고 일어서려 하자 젊은 사장 뒤에 서있던 나이 지긋한 사람이 물었다.
“어르신께서는 예전에 저희 식당의 국수를 드셔보셨나요?”
“네,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에 이 식당에서 자주 국수를 드셨다고 하셨습니다.”
아들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을 들어 노인이 먹던 국수 한 가닥을 입에 넣어보았다. 그리고는 당장 그것을 바닥에 뱉어버렸다.
그는 젊은 사장에게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
“이 국수의 면은 언제 뽑았더냐?”젊은 사장은 당황하며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아침에 면을 너무 많이 삶아서…….”
사장의 대답에 그는 무서운 눈으로 젊은 사장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정색을 하며 노인을 모시고 온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젊은이, 내가 다시 국수를 만들어올 테니 아버님을 모시고 잠시 기다리세요.”
그 말을 남긴 채 나이 지긋한 사람은 손수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푸짐한 국수 한 그릇을 들고 나타났다.
“손님, 이 국수를 드셔보세요. 예전의 그 맛 그대로일 겁니다.”
노인은 천천히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아들에게 말했다.
“너도 먹어 보거라. 이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국수란다.”
그러자 나이 지긋한 사람이 국수를 맛있게 먹는 노인 옆에 앉아 그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참 오랜만에 오셨군요. 부인의 병환은 다 나으셨나요? 죄송합니다. 제 아들놈이 돈에 눈이 멀어 원칙을 잠시 잊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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