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 매우 아름다운 여왕이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다른 여인들은 물론, 꽃과 여신들조차 질투를 금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자 세계 곳곳의 왕과 왕자들은 그녀에게 선물할 금은보화를 잔뜩 가지고 찾아와 그녀에게 청혼했지만, 그 누구도 여왕에게는 탐탁지 않았다.
그래서 여왕은 자신에게 어울릴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자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기로 하였다. 여왕 곁에는 그녀가 백옥 같은 피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하들과 그녀에게 아름다운 옷과 구두를 만들어 바치는 장인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특히 여왕이 사용할 좋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일하고 있었고, 향수를 만들 수만 종의 꽃들과 사향과 귀한 재료들이 왕궁에 가득하였다.
연금술사들은 항상 새로운 향수를 여왕에게 만들어 바쳤지만 여왕은 늘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에 어울릴 새로운 향수를 원하였다,

어느 날 여왕은 정장을 하고 연금술사가 새롭게 만든 향수를 몸에 뿌려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늘 그렇듯 자신의 아름다움을 온 백성에게 알리기 위해 수많은 신하를 거느리고 성 밖 외출을 나갔다. 여왕이 성 밖으로 나서자 그녀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몰려든 여러 나라의 왕자들,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그녀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수많은 남성들이 환호를 하며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그들에게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재촉하였다.
여왕이 그녀의 추종자들에게서 떨어져 그녀가 다스리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였을 때였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기에 여왕은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향기에 매료된 여왕은 신하들을 시켜 그 향기가 어디서 나는지 알아보라고 명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명을 받은 신하들이 한 여인을 데리고 돌아왔다. 신하들이 데려온 그 여인은 여왕과 비슷한 나이였지만 누더기나 다름없는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은 볕에 그을려 검고 손은 모두 갈라져 그야말로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볼품없는 그녀의 몸에선 아주 좋은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여왕은 그 남루한 여인에게 “무슨 향수를 뿌렸기에 몸에서 그리 향기로운 냄새가 나느냐”고 물었다.“저는 어떠한 향수도 뿌리지 않았습니다.”
남루한 여인은 두려움에 떨며 대답하였다. 그러나 여왕은 그녀의 말을 곧이듣지 않고 다시 같은 질문을 하였다. 하지만 여인의 대답도 전과 같았다.
여왕은 여인의 대답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런 향수도 쓰지 않았는데 그러한 향기가 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남루한 여인이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한 여왕은 자신을 보내달라며 울부짖은 여인을 끌고 왕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남루한 여인에게 갖은 방법으로 고문을 해대며 어떠한 향수를 뿌렸는지 계속 물었지만,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고문은 더욱 심해졌고, 마침내 고문을 견디지 못한 여인은 그만 죽고 말았다.
여왕은 향수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 분하여 여인의 주검을 왕궁 밖 거리에 내다버리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주검이 버려지고 난 얼마 뒤, 여러 아이들의 통곡 소리와 함께 남루한 여인에게서 나던 향기가 왕궁에까지 가득 찬 것이 아닌가.
여왕은 그 향기가 나는 곳이 궁금하여 몸소 왕궁 밖으로 나가보았다.
향기가 나는 곳에 도착해보니, 남루한 여인이 지금까지 돌보아오던 수많은 버려진 아이들이 그녀의 주검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 어린아이들에게서 남루한 여인의 향기가 뿜어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향기는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는 아름다운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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