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연을 하나의 멋진 시적(詩的) 구조물로 축조 완결지은 듯”

피아니스트 랑랑하면 등과 허리를 시원하게 뒤로 제치는 화려한 제스처와 테크닉의 현란한 스타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여기에 곁들이는 아이돌 스타같은 양손을 치켜드는 관객을 향한 환대 매너와 연주때의 얌전하지 않은 끼의 과장된 표정과 제스처등.

지난 12월 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랑랑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고 짧은 머리를 하고 랑랑이 NHK홀에서 2002년 샤를르 튀투아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장면부터 여러 동영상 연주장면들을 뒤져봤다. 랑랑의 이번 2015년 12월 서울 연주는 과거 앨런 길버트나 파보 예르비와 협연했던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이나 마리스 얀손스 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  에센바흐와 2012년 Schleswig Holstein Music Festival에서 폐막곡으로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등의  많이 알려져있는 곡들의 선곡에 비해 참신한 레퍼토리로 아우라를 보여준 점에서 참 인상적인 점이 많았다.

▲ 공연 전체가 랑랑이 하나의 멋진 시적(詩的) 구조물로 축조 완결짓는 듯 했던 랑랑 피아노 리사이틀. (사진은 12월 6일 부산 리사이틀 장면)

“레퍼토리를 어떻게 선곡할지 오랜시간 연구했다”는 그의 말에 수긍할 진지한 작품에 대해 세심한 배려와 오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는 차분하면서도 우아한 악상의 차이콥스키의 사계와 바흐 이탈리안 콘체르토로 전반부 연주를 끝내고 이어지는 후반부에서 쇼팽 4개의 스케르초로 “흐릿한 부분은 전혀 없었고 모든 라인이 깔끔하게 연주되었다”는 평을 실감하며 공연 전체가 랑랑이 하나의 멋진 시적(詩的) 구조물로 축조 완결짓는 듯 했다.

주로 교향곡과 협주곡의 대표적 작곡가로 알려진 차이콥스키의 사계를 통해 랑랑은 "매우 아름다운 섬세한 하모니를 발견하곤 하며 작품 스스로 시적"이라는 자신의 술회대로 시적 감수성과 예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고개를 젖히는 장면들이 다수 포착되며 플레트네프의 차이콥스키 사계 피아노 연주가 연주에만 몰두 집중하는 진지함이 묻어나는 반면 랑랑은 예술가로서 청중과 소통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을 방증하듯 청중석을 향한 제스처도 보여 랑랑의 끼는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현란한 스타성과 화려한 기교 대신 시적 서정의 깊이를 보여준 무대는 계속 이어져 단아한 선율의 바흐 이탈리안 콘체르토에선 “피아노로 다양한 색채를 표현할 수 있는게 매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랑랑의 섬세함과 생동감있는 연주력이 표출됐다. 쇼팽 4개의 스케르초 역시 자신의 술회대로 리드미컬한 성격을 끌어내면서도 강약의 변화를 잘 살리면서 랑랑의 하모니의 견고함과 구조등을 유지하는 개성있는 리듬으로 캐릭터들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 제2번의 연주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같은 중국계 피아니스트 윤디가 10월말 시드니심포니와의 협연에서 졸연을 펼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랑랑은 참신한 레퍼토리의 아우라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느끼는 겨울의 낭만을 국내 팬들에게 유감없이 선사, 세계 무대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로서 랑랑을 지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랑랑은 여러 팝 스타와 함께 다양한 퍼포먼스나 다른 장르들과의 콜라보레이션, 교육이나 자선등을 포함, 백악관이나 노벨평화상 연주등의 정통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이 천착해야할 음악활동과는 관계없을 대외적 활동들에도 열심인 모습으로 국내 팬들에게 그간 비춰져왔다. 하지만 이번 12월 8일의 자신의 서울 리사이틀 무대가 랑랑의 음악이 가장 진지하고 순수한 클래식 음악의 한가운데로 관객을 usher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인상적 무대였던 점에서 12월 16일 대만 타이페이 National Concert Hall에서 있게될 같은 레퍼토리의 무대는 어떤 현지인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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