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담금질도 담금이 많아야 high quality의 정제된 음색을 낳는다”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의 현장 실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들었던 것은 2011년 11월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를린필 연주를 통해서였다.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일취월장시킨 정명훈 감독의 사임이후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봉을 잡는다고 해서 2016년 올해 처음 열린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연주에는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 평자에 따라선 올해 서울시향 첫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 했던 바이올린 최혜은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 장면. 거장 에센바흐의 대타로 관심이 집중됐던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연주는 거장의 담금질도 담금이 많아야 high quality의 정제된 음색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사진: 서울시향)

대부분의 리뷰가 정명훈 감독이 떠났음에도 지난 10년의 내공을 보였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지만 1월 9일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 올해 첫 연주가 정제된 음색으로 신을 향한 찬양을 완성하는 데에는 카라얀과 빈필, 아바도와 베를린필등 금관의 위용이 압권으로 시작되는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들의 앙상블 측면에서 아쉬움을 노정시킨 듯 하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난해 2015년 10월 빈필을 이끌고 서울에서 모차르트의 밤을 꾸미긴 했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2008년 5월말 풀사이즈의 단원들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레퍼토리들의 5년간 조련된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기억에 비춰 서울시향의 이번 신년음악회는 특히 브루크너 교향곡 제9번의 1악장에서부터 느껴졌어야 할 ‘Feierlich, misterioso'에서의 웅대한 금관의 취약성이 아쉬웠다. 브루크너 지휘에 깊이 있는 해석과 구조적 통찰력의 일가견을 보인 거장 에센바흐의 지휘력에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따라주지 못한 느낌을 줘 정명훈 감독의 사임으로 서울시향 단원들의 실의로 돌리기엔 아쉬운 국내 오케스트라들 금관의 취약성을 다시 보는 듯 했다.

기괴하고 난폭한 죽음의 무도를 거쳐 서울시향의 사운드가 제 페이스를 찾은 것은 3악장 Adagio: Langsam feierlich에 가서야 브루크너 연주의 참 맛을 느끼게한 연주회였다고 평할 만 하다.

에센바흐와의 짧은 리허설이 아쉽다고 해야할 거장의 담금질도 담금이 많아야 high quality의 정제된 음색을 낳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1월 10일 오후 3시 서울시향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한 Korean Re 신년음악회를 통해서였다. 코리안리 신년음악회에서 에센바흐와 서울시향은 전날보다 더 정제된 음색으로 담금질의 효과가 두드러져 졌던 것. 서울시향은 이날 앙코르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中 9번 님로드(Nimrod) 3로 장중한 마무리를 했다.

올해 첫 있었던 서울시향의 정기연주회는 정명훈 감독의 사임이후 거장 에센바흐의 지휘로 많은 관심이 쏠려 진행되긴 했지만 1월 9일의 연주 하이라이트는 시각을 달리하면 평자에 따라선 바이올린 최예은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꼽을 수도 있었겠다. 제1악장 카덴차에서 에센바흐와 단원들 모두 응시하는 가운데 화려한 카덴차를 뽐내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의 무대는 정상의 무대로 손색없었고 연습량이 많았음을 증명해준 무대로 꼽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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