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2월 2일 서울 저녁 8시 공연)

최근 한국출신 피아니스트의 공연치고 이렇게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킨 공연이 있었던가.

지난해 12월 35분만에 일찌감치 매진돼 천우신조로 갈 수 있었던 2월2일 저녁 8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공연은 Artur Szklener 쇼팽협회 감독의 얘기대로 초월적인 조성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 쇼팽음악의 우아함, 드라마틱, 시적 노스탤지어 요소가 강조되던 바르샤바 쇼팽콩쿠르 결선 때보다 2월 2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통해 조성진이 훨씬 다이나믹하고 집중력 높으며 자신감에 찬 피아니즘을 펼치고 있다. (사진: 크레디아)

전례없던 화요일 평일 낮 2시의 콘서트 공연열기도 전해들었지만 8시 저녁공연에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바르샤바필과 협연키위해 조성진이 무대에 들어서자 아이돌스타를 환영하는 것 같은 거대한 함성의 환영세례가 이어져 조성진의 인기가 실감났다.

폴란드의 유명지휘자 야체크 카스프치크가 이끄는 바르샤바필의 음률과 몸으로 조율이 초반에 이뤄진 가운데 시작된 조성진의 연주는 확신에 찬 앞서 연주했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2-6위 입상자들의 타건을 무색케하는 매우 강하고 인상적인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조성진의 실연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감상한 것은 2012년 가을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때였는데 표현이 다채로와지고 더 성숙해진 면을 볼 수 있었던 2016년 연초 협연무대였다고 할 만 하다.

이튿날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아직 성인의 성숙한 피아니스트로서의 풍모를 느끼기에는 앳되게 느껴지는 조성진이 협연자로 나와 전날의 손열음만큼 피아노 연주가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앵콜곡 프로코피예프의 Romeo and Juliet act no. 13 Dance of the Knights에서의 앳된 소년티를 벗어나 폭넓고 강렬하게 건반을 두드리는 열정으로 김선욱의 계를 이을 젊은 예비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청중에게 준 공연이었다고 공연평을 썼던 것이 기억난다.

지난해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발매된 조성진의 소팽 콩쿠르 실황앨범(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음반녹음에 포함되지 않았음)에서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연주곡은 오히려 Preludes op.28과 Nocturne in C minor op. 48/1이다. Polonaise in A flat major op.53이 음반의 박제된 밋밋한 감상을 주었던 반면 2월2일 저녁 조성진이 앵콜로 연주한 쇼팽의 폴로네이즈 op.53 영웅은 힘과 열정이 넘치는 연주로 청중의 뜨거운 또 한번의 함성과 기립박수, 계속 이어지는 커튼콜로 매우 흥분되는 콘서트홀의 현장이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라는 공연의 특성상 한 피아니스트 연주자의 응집된 연주현장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 6명 피아니스트 입상자들의 각각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되다보니 공연의 응축성은 없었으나 쇼팽음악의 우아함, 드라마틱, 시적임, 노스탤지어적 요소가 강조되던 바르샤바 쇼팽콩쿠르 결선 때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고 집중력 높으며 자신감에 찬 조성진의 피아니즘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에 그의 향후 콘서트 행보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앞선 연주자들의 연주에선 베스트 소나타상을 수상했던 샤를 리샤르 아믈랭의 둔중한 체구에도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잘 요리하덧한 연주와 큰 키임에도 매우 아름다운 음색을 뽑아내며 아름다운 편린들이 박히는 듯 했던 에릭 루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op. 22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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